경찰과 검찰간의 수사권 조정문제는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수사양대 기관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추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찰과 검찰에 모두 수사권이 있는데 경찰이 검찰의 지시를 받지 않고
검찰로부터 독립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
“그렇게 되면 검찰은 소수이고, 경찰은 숫자가 많은데, 아무도 경찰을 통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
“따라서 경찰의 수사권을 독립시켜 주면 안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의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수사권은 검사에게만 있고 경찰에는 수사권이 없는데
그래서 경찰에도 수사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수사권 독립이다”
“경찰이 수사권도 없으면서 수사를 한다는 것은 월권행위 아닙니까?”
“그래서 경찰은 모든 수사를 함에 있어서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 경찰은 검찰의 똘만이들 아닙니까?” 이 한 마디 속에 우리 대한민국 10만 경찰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그 점에 있습니다
우리 나라 형사소송법을 보면 제195조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96조는
“수사관·경무관·총경·경감·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일 형사소송법 조문 그대로 수사를 한다면 폭행사건이 발생한 경우 검사가 수사를 해야 하고
경찰은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검사가 수사를 하라고 지휘하면 그 때에야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폭행사건이 발생한 경우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것은 검사가 아니라 경찰이고 경찰이 현장에
출동할 때 검사에게 보고하고 그 지휘를 받은 후 출동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형사소송법은 현실을 무시한 잘못된 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연쇄살인사건 등 강력사건이 발생했으나 범인을 잡지 못할 경우 국민이나 언론들은 “검찰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질책하지 않고 항상 경찰을 비난하는데 이는 우리 국민이나 언론들도
범죄 수사는 경찰의 임무로 알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현재의 이원적인 수사구조에서는 피의자들뿐만 아니고 심지어 참고인들도 경찰과
검찰에서의 조사를 받는 등 경미한 사건조차도 각각의 수사기관에서 2중적으로 수사를 받습니다.
이러한 불편을 방지하기 위하여 이제는 수사권 조정이 더 이상 검찰과 경찰간의 밥그릇 전쟁이
되어서는 아니되며, 국민의 불편감소라는 차원에서 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란 경찰에게 어떤 새로운 권한(수사권)을 부여하자는 것이 아니라
경찰에서 현재 담당하고 있는 수사업무를 그대로 할 수 있도록 인정하자는 주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사권 독립’이라는 용어보다는 ‘수사권 인정’이라는 용어가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경찰에 수사권을 인정하면 수사권의 남용이 우려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경찰에서 수사권을 갖고 수사를 하더라도 피의자를 구속할 때에는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또 수사가 종결된 경우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경찰 수사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찰의 수사권 남용은 그렇게 걱정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됩다.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 수사권은 경찰에게만 있고 검찰은 공소권만 갖고 있지만 그로 인하여
경찰의 수사권 남용이 문제되고 있지는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미국이 선진국이라 그러한 것이
아니라 기관의 업무가 법적으로 명확히 되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또 한편에서는 경찰에 수사권을 인정하기에는 경찰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현재
순경채용시험에 50대 1에서 100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결코 우리 나라 경찰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04년 일반직 공무원의 실제근무시간이 월평균 178시간이었고 지구대 경찰근무시간은 211시간(그중
반은 야간 근무)임을 감안한다면, 열악한 환경속에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이들의 혈기왕성하고 의욕적인 신임경찰들이 현장에서 근무를 1,2년 겪고나면 많은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몇십대 1의 경쟁을 뚫고 경찰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들어온 신임경찰들이 절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는 많지만, 단적인 예로, 지구대의 근무는 국민에 대한 치안서비스 업무가 주이지만, 도시에
근무하는 지구대 경찰관 1인당 검찰이 발부하여 하달(기관대 기관의 협조가 아니 지시입니다)된
형집행장은 매달 몇십장에서 많게는 백장이 넘는게 현실입니다. 한건을 제대로 처리하려면 적게는
삼십여분에서 많게는 몇시간씩 소비합니다. 검찰의 업무를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아닌 떠
넘겨 놓은 업무를 위해서 자신의 근무시간 중 상당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처리가 잘못 되었을 경우 직무유기라는 죄목으로 경찰의 목을 죕니다. 지역주민들에게 신경써야
할 시간을 다른기관의 업무에 빼앗기고 상대적으로 지역치안을 부실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외의 많은 기관 대 기관의 잘못된 구조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펴지 못하고, 현실에
적응해 가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경찰관도 일부 있었지만 어떤 아파트에 도둑이 한 사람 살고 있다고 해서
그 아파트 주민 모두를 도둑이라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실천원리라 할 수 있습니다. 국회·정부·법원이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듯이 경찰과 검찰이 서로 수사권을 갖고 협조하고 견제하며 균형을 이룰 때 형사사법의
민주화도 달성되는 것이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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