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바로 세우자!' 인권단체연대회의 논평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준비기획단 출범에 즈음하여
지난 8월 21일, 정부는 올해 11월 25일로 예정된 국가인권위원회 출범을 준비하기 위하여
설립준비기획단을 구성했다. 김창국 인권위원장 내정자를 단장으로 하여 파견 공무원과
민간전문가 등 20여명으로 구성되는 이 기획단은 앞으로 시행령 및 위원회 규칙 시안,
사무처기구·정원안을 준비하는 등 국가인권위 전반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의 중지를 모아 국가인권위를 바로 세울 목적으로 7월 19일 창립된 우리 연대회의는 그
동안 설립 과정을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우리는 금번 기획단의 출범으로 지지부진했던
준비과정에 일단 박차가 가해졌다는 사실, 우리가 우려했던 법무부 등 인권침해 당사자 기관이
일단 기획단에서 배제되었다는 사실을 평가하고 환영한다.
그러나, 기획단의 앞날이 밝은 것은 아니다. 우선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아무리
서둘러도 국가인권위가 제 모습을 갖춰 문을 열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제때 인권위원을 인선하지 못하고 허송 세월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편법으로
기획단을 발족시킨 정부의 책임이 크다. 법이 의도한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음으로써 기획단은
물리적 시간의 장벽 외에 법적 지위의 불안정성이라는 이중고에 처하게 된 것이다.
기획단 출범 과정은 단순한 절차상의 하자를 넘어 보다 큰 문제를 낳고 있다. 기획단
출범하기까지 상당수 인권단체들은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러한
밀실행정은 해당 정보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를 갈라 서로 불신을 낳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활발한 대화를 통해 시민사회의 지지를 받으며 출범해야할 국가인권위가 첫 단추를 꿰기도 전에,
시민 사회 내부에 신뢰의 위기를 불러온다면 그 후과를 누가 감당할 것인가? 우리는 기획단을
비롯한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나서서, 먼저 준비 과정에 대해 성실히 해명하기를 촉구한다.
아울러 절차를 생략하여 제때 문을 여는 것보다는 다소 늦어지더라도 인권단체, 시민사회단체,
나아가 노동, 농민, 빈민 단체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시민 사회의 축복 속에 출범하기를
바란다. 국가인권위는 설립과정에서부터 다른 정부기구와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2001. 8. 24
'국가인권위 바로 세우자!' 인권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송원찬, 011-750-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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