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쇄신을 위한 인권단체 열린회의』 제안


1. 국가인권위원회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현 인권위는 인권심판 활동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인권위는 국무총리에게 산업연수생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라는 권고를 했습니다. 산업연수생 제도는 이주노동자들의 숱한 인권유린의 근본적 원인으로, 그 동안 이주노동자 단체들로부터 숱한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따라서 인권위의 당시 결정은 환영할만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권위는 권고 이외에 적극적인 인권옹호 활동을 전개하지 않았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직권조사, 실태조사, 청문회 실시 등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은 있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인권위가 인권심판 활동에 안주하고 있다는 단적인 예입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전향장기수 북송차별 사건과 나이·전력을 이유로 한 예비판사 임용차별 사건 등에서 인권위는 형식적인 요건을 들어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두 사건 모두 중요한 인권침해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진정 각하 이후 어떠한 정책권고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또한 최근 동성애자차별반대공동행동은 동성애자 커뮤니티 엑스죤 사건을 다루고 있는 법원에 의견을 표명해 달라고 인권위에 요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인권위는 엑스죤 사건은 법률상 문제가 아닌 사실상의 문제라며 의견표명을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회의 비공개와 폐쇄적 운영은 여전히 고치지 않고 있습니다. 인권위의 최고의사 결정단위인 전원위원회에서 주요 논의안건과 의결안건은 여전히 비공개가 관행입니다. 비공개 안건에 대해서는 결정이 난 이후에도 보도자료를 통하지 않고는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상임위, 침해소위, 차별소위의 방청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으며, 정책소위에서도 주요 논의안건과 의결안건은 비공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권위가 출범한 지 1년이 넘는 지금에서도 어느 인권위원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중요한 결정들이 많이 이루어져 왔는데, 그 결정에 이르는 치열한 논의는 비공개와 폐쇄적 운영에 의해 사장되고 있습니다.

인권사회단체들과의 적극적인 협력 노력도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다른 국가기관에 비해서 인권사회단체들의 의견을 많이 경청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인권위가 필요할 때는 인권사회단체들의 의견을 듣는 척하다가, 정작 인권사회단체들이 지적하는 쓴 소리에는 귀를 막고 있습니다.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 인권사회단체와 전략적·사안적 공조체제를 수립해 권력기관에 맞서 싸워야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인권위 내부의 운영구조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먼저 인권위 최고의사 결정단위인 전원위가 형해화 되고 있습니다. 전원위에서 중요인권현안 대응 및 인권위 운영 전략에 대해 한번도 논의된 바가 없습니다. 정책권고, 인권지침 제시, 인권교육, 국내외 협력, 국제조약 및 기구 가입 등 인권위법에 명시된 9개 업무 중 7개를 아무런 유보 없이 정책소위에 위임했습니다. 개인구제와 정책권고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만, 침해소위와 차별소위는 개인구제만 할 수 있고 정책권고는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침해진정과 차별진정의 불균형이 심각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 논의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2. 인권위가 잘 하기만 기다릴 수 없습니다.

우리의 눈 높이는 침해받는 국민들이어야 합니다. 인권위가 출범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 인권신장을 위해 긍정적인 결정을 하고 있다, 인권위도 국가기구인데 과도하게 기대하는 것 아니냐 등 인권위를 나름대로 이해하려는 논리가 있습니다. 맞습니다. 현 인권위는 인권침해에 맞서 열심히 싸우고 있으며, 국민의 인권신장을 위해 주옥같은 결정들도 많이 내렸습니다. 또한 인권위 활동이 지금보다 나아지면 나아졌지 후퇴하지는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눈높이는 인권위에 맞춰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기관의 인권침해 속에서 삶의 미래를 절망으로 채우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과 온갖 차별적 제도와 관행 속에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소수자들에 맞춰져야 합니다. 인권위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비춰볼 때 현재의 인권위는 대오각성,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합니다.

인권위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바로 세우는 것이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인권위를 향한 인권단체들의 비판은 계속되었습니다. 인권위에 대한 고민이 아직 무르익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인권위의 폐쇄적 운영으로 인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량이 극히 적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권위는 지금까지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자기성숙의 자양분으로 삼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제는 대안적인 비판에 초점을 맞춰 인권위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3. 인권위는 전면 쇄신되어야 합니다.
인권위는 인권옹호 기구로 전면 혁신되어야 합니다. 인권심판관 역할에 안주하는 모습, 민감한 사안에 대한 소극적인 판단, 현안대응에서의 무능력, 실태조사·직권조사·청문회 등의 미활용, 태스크포스팀 구성에 있어서 미온적인 태도 등 인권위의 현 활동방식은 전면 혁신되어야 합니다.

인권단체·시민사회와 전면 호흡해야 합니다. 인권감수성 부족, 전략 부재, 효과적인 대응활동 미비 등은 인권위의 고질병으로 굳어져 버렸습니다. 정례 전략회의, 수시 활동보고 등을 통해 인권단체·시민사회와의 호흡을 전면화해야 합니다. 그것이 인권감수성을 높이고, 전략을 풍부히 하며, 권고의 실효성을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현 운영구조는 전면 개혁되어야 합니다. 전원위 정상화, 상임위의 전략단위화, 소위간 업무불균형 극복, 사무처의 보고 강화 등을 통해 인권위 활동이 보다 내실있게 진행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위원장-사무총장 라인 중심의 집행구조를 다변화함으로써, 개별 위원들의 인권옹호 활동이 대폭 강화되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태스크포스팀도 보다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인권위 활동은 전면 공개되어야 합니다.

전원위와 정책소위 뿐만 아니라, 상임위, 침해소위, 차별소위도 방청이 허용되어야 합니다. 회의록은 반드시 공개되어, 인권위원들의 발언에 책임성을 높여야 합니다. 국민의 감시 없이 국가기관의 관료화와 부패는 필연적입니다. 이를 예방하는 방법은 위원회 활동의 전면 공개 뿐입니다.


4. 「국가인권위원회 쇄신을 위한 인권단체 열린회의」를 결성합시다.

'열린 회의'는 4가지 쇄신방향에 대한 동의로 모입니다.

△인권옹호 기구로의 전면 혁신
△인권단체·시민사회와의 전면 호흡
△현 운영구조의 전면 개혁
△인권위 활동의 전면 공개

이상 4가지 쇄신방향은 '열린 회의'에 참여하는 단체의 최소한의 동의지점입니다.

'열린 회의'는 인권위의 쇄신과제를 구체화합니다.

4가지 쇄신방향에 대한 동의를 통해 각각의 쇄신방향에 대한 쇄신과제를 구체화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딴지걸기식 비판을 넘어 건설적이고 대안적인 비판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인권위를 바로 세우기 위한 생산적인 논의를 촉발할 것입니다.

'열린 회의'는 인권위 쇄신을 위해 인권위원 인선투쟁도 전개합니다.

인권위 쇄신을 위해 인권위를 향해 직접 투쟁을 벌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권적 감수성이 뛰어나고 강직한 사람이 인권위원으로 인선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청와대·인수위에 인권위원 후보 공개, 인권비젼 설명회, 시민사회 의견수렴 등을 요구할 것입니다.

'열린 회의'는 현안에 대응하며 장단기 과제를 제기할 것입니다.

인권위 전면 쇄신의 과제는 지금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안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며, 아울러 장단기 과제를 구분하는 가운데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할 것입니다.

'열린 회의'는 정기적이고 개방적으로 운영됩니다.

'열린 회의'는 인권위의 전면 쇄신을 바라는 인권사회단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됩니다. 조직 형식적인 틀거리에 얽매이지 않고, 과제 중심의 실천적인 활동을 통해 인권위를 바로 세울 것입니다. 2주에 한번 씩 정기 기획회의를 갖고, 필요할 경우 임시 기획회의와 과제별 기획회의를 열 수 있습니다.


5. '열린 회의'의 조직구성 및 운영은 아래와 같습니다.

- 정기 기획회의 : 2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개최합니다. 인권위 쇄신과제를 선정하며, 이에 대한 투쟁을 기획하게 됩니다.
- 쇄신과제 선정단 : 인권위 쇄신과제 선정을 위해 구체적인 사례를 발굴하고, 실태를 조사합니다. 단기적인 쇄신 과제와 장기적인 쇄신 과제에 대해서도 연구, 논의합니다.
- 위원인선 투쟁단 : 2월내로 2명의 인권위원이 새롭게 임명될 예정입니다. 이에 대한 투쟁을 책임지는 단위입니다.
- 간사단체 : 정기 기획회의를 주관하며, 참가단체에 대한 연락을 책임집니다.
- 현안대응모임 : 인권위 관련 제기되는 각종 현안대응을 위해 유동적으로 모이고 해체되는 단위입니다.

* 조직 구성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준비모임 형태로 시작되어 본 모임을 결성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위의 단위들에 대해서는 각 단체의 역량과 의지에 따라 또 결합하는 단체의 수 등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 가능합니다.